“잊지 않고 기억해준 동료들 있어 외롭지 않아”
“더 이상 (동료기자들이) 피케팅을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바쁜데 아침 점심에 조를 짜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게 저 때문이라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받아 기쁘다.”정연욱 KBS 기자가 돌아왔다. 멀리 제주에서 원래 자리였던 경인방송센터로. ‘청와대 보도개입’에 침묵하는 자사 보도와 간부들을 비판한 기고, 갑작스런 발령, 회사와 소송까지 거친 지난 세 달간의 결론이다. 법원은 그를 ‘귀양’보낸 지난 7월 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일탈한 권리남용”이라며 “인사명령 효력을…
“지식사회에 필요한 건 시대정신”
“끊임없이 도전하는 매일경제신문의 DNA를 살려가면서 매경을 국내 최고의 영향력 있는 신문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서양원 매경 편집국장은 지난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50년 간 쌓아온 매경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이어받겠다고 밝혔다.매경은 2년 임기의 편집국장 인사를 10월에 열리는 세계지식포럼 이후 단행했지만 올해는 ‘부정청탁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시점에 맞춰 보름 이상 앞당겨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단순히 외부환경 변화에 순응하겠다는 의미를 넘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서양원 국장은 “김영란법이
“복면 썼지만 할 말은 합니다”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기 전, 언론에서는 최종후보에 오른 그를 극찬하기 바빴다. 미국과 유럽 주요 언론의 주목에 힘입어 한국 문학이 한류 열풍에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부푼 꿈들이 넘실거렸다. 그런데 이런 여론에 과감히 반기를 든 기자들이 있었다. 한국일보 ‘복면기자단’이다. 단원 중 한 명인 ‘뻔뻔한 캣츠걸’은 이 소설이 식물성을 여성주의와 연결시킨 데서 다소 전형적이라 했고, ‘낮술 마신 밤의 여왕’은 여성 캐릭터가 수동적이라며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복면기자단’은 매달 한 차례 한국일보 문화부…
“개별 언론사 대상 교육 있었으면”
“앞으로 보도할 때 ‘욕정을 참지 못해’ 같이 무심코 쓰는 표현들은 좀 더 신경 쓸 것 같습니다.”지난 22일 아동·여성폭력 세미나에 참석한 안보람 MBN 기자는 세미나를 통해 기존 성폭력 보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안 기자는 “구체적인 기준과 사례를 들면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 설명해 줘 앞으로 기사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데스킹을 받을 때도 그런 부분에 대해 ‘이런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시키니까 한다’는 생각
“아동·여성폭력 보도든, 자살 보도든, 자극적인 보도 지양해야”
홍연 뉴스토마토 기자는 이틀 연속으로 열린 아동·여성폭력 세미나와 사건기자 세미나에 모두 참여했다. 홍 기자는 “선배의 권유로 두 세미나에 참여하게 됐는데 특히 아동·여성폭력 세미나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여성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아동학대 등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인권침해를 겪는 사례를 종종 들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틀 간 세미나를 들으면서 홍 기자가 느낀 건 아동·여성폭력 보도든 자살보도든 자극적인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
“학계-언론계 손잡고 저널리즘 위기 극복해야”
“아이에게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을 주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부모들은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려고 하잖아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보채다가도 맛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좋은 음식을 찾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언론과 소비자의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은 “모든 소비는 사회적 학습의 결과로 미디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불량식품을 조장할수록 사람들이 더욱 싸구려 입맛에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안 편집장과 박성호 MBC 해직기자는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최승호 PD “국정원은 왜 간첩을 조작했나”
“너무 수고 많이 하셨어요!” 지난 26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메가박스. 영화 ‘자백’의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가고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입장하자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내달 개봉을 확정한 ‘자백’은 2013년 서울시 공무원인 유우성씨의 간첩 조작사건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간첩 조작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는지 집중 해부하는 영화다.‘자백’의 감독인 최 PD는 “유우성씨 사건이 무죄 판결 나고 관련자들
“정성 들인만큼 보람…정직한 식물들과 교감 나눠요”
식물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독일 국가공인 조경사이자 나무 박사로 통하는 송광섭 세계파이낸스 산업팀장(부국장)은 “나무와 꽃, 화초, 잡초까지 모두 아름답다”며 식물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꽃과 나무에 푹 빠진 건 10여년 전 방식 방식꽃예술원 원장을 인터뷰하면서다. 방 원장은 동양인 최초로 독일정부가 인정한 플로리스트 마이스터(명장)에 오른 뒤 국내에서 꽃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었다. “취재하면서 꽃 예술이나 조경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화초 키우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게 놀라웠어
“영혼 잃어버린 MBC…언론인, 굳은 심지 지켜야”
“공영방송이 영혼을 잃어버린거죠. 높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자체를 잃어버렸어요.”기자, 보도국장, 사장…. 수많은 명함을 뒤로 하고 지리산에 들어가 자연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구영회 수필가는 현 언론 상황에 대한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의 기치로 불거진 노조 파업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해직 및 징계는 MBC의 대선배로서 두고두고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구 수필가는 “공영(公營)이라면 방송사 문을 들어설 때부터 퇴근
“창간 이후 첫 위기, 내부 성역 경계해야”
메갈리아 기획 보도 이후 일부 독자 항의하며 절독다양한 해석 존중하지만 “기사 못 쓰는 일 없을 것”“기사가 나오는 순간 저희는 메갈이 돼버리더라고요. 기사 축약본이 신속하게 돌고 절독 운동이 이어지고…. 창간 이후 처음 맞는 사태예요.” 지난 2일 서울 중구 중림동 시사인에서 만난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은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이어지는 절독 전화 때문이다. 지난달 발간된 ‘분노한 남자들’ 커버스토리를 본 일부 독자들은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쓸거냐 말거냐’의 기로에 선 고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