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PD, 공든탑이 무너졌나 사필귀정인가
음식·식품 분야 탐사 저널리스트로 널리 알려진 이영돈 PD의 처신이 언론계에 회자되고 있다. 이 PD는 ‘불량식품을 골라내고 시청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시하는 방송 저널리스트’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방송의 공정성과 취재윤리를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JTBC에서 하차했다. 며칠 만에 빠르게 진행된 이 과정을 지켜보며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로 과거처럼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갑(甲)질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논란의 시작은 지
‘전성기 로마’와 김영란법, 그리고 언론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김영란법’을 보며 나는 ‘전성기 로마 공화정’을 생각했다. 전성기 로마는 ‘건강한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다. 대략 기원전 287년부터 기원전 133년까지이니 그리 길지는 않은 기간이었지만 귀족과 평민이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번영을 만들어냈다.‘김영란법’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과잉입법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만연해 있는 접대
우리는 다시 진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 종합편성채널 뉴스시사 프로그램이 ‘안산 인질 살해범 피의자가 과거 대구 친딸 성폭행범과 동일인이라는 오보를 내 중징계를 받을 것’이라 한다. 눈길을 끈 것은 보도제작팀장의 의견 진술. “당시 방송된 내용을 나중에 확인해보니 오보였다. 당일 다수의 인터넷 매체 기사를 검색해 인용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매일 방송을 제작하고 취재할 수 있는 기자가 따로 없다 보니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작가가 경찰서에 통화하는 수준이다.”또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한겨레 21’이 종편 4사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출연자들이 이념적
‘달관 세대’, 청년 고통 외면하는 또 다른 이름
최근 모 일간지에서 요즘의 청년층을 두고 ‘달관 세대’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어차피 제대로 취업하기도 어렵고, 취업을 해도 격무에 시달릴테니 차라리 비정규직으로 살면서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사는 게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생겨난 ‘달관 세대’라는 트렌드라는 게 기사의 요지다. 당연히 수많은 청년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는데, 그 이유는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주목할 점은 ‘달관 세대’라는 이름 짓기가 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생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지이다.모든 이름 짓기는 단순한 표현이나 설명에 그치지…
죽은 권력이라고 침묵하나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위반죄로 유죄를 선고했다. 앞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도 지난해 말 정치관련 댓글 작성 의혹으로 기소된 연제욱·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사령관에 대한 1심 판결에서 군형법상 정치관여 금지죄를 적용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이들 공직자들의 지휘를 받아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의혹의 시선이 당시 행정부의 수반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정보원법에는 “국가정보원은 대통
언론의 존재 이유
언론인이라면 언론의 존재이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고 고민해봤으리라 믿는다. 이에 대한 언론인들의 결론이 자못 궁금하다. 특히 최근 총리 인사청문회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더욱 그렇다. 언론을 협박한 총리 후보자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 앞에서 TV에 나온 패널을 빼게 만들었다거나 언론사 간부에게 압력을 넣어 기자들의 인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 총장도 만들었다 하고, 언론인들을 포함시킨 김영란법 통과를 자신이 막아 왔는데 통과시켜야겠다고 협박도 했다. 범부의 발언이 아니라 실세 총리가 되겠다는 후보자의 발언이라서 흠칫하
무엇을 보도하고 무엇을 킬(kill)할 것인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4000억원’을 폭로한 인물을 흔히 박계동 민주당 의원으로 기억한다. 박 전 의원이 1995년 10월 19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 차명으로 300억원을 예치하고 있다’면서 예금잔고조회 문서를 흔들던 모습을 선명하게 떠올리는 탓이다.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의 폭로의 시작은 ‘상도동계 맏형’ 격인 서석재 전 총무처 장관이었다. 서 전 장관은 1995년 8월1일 정치부 기자 대여섯 명과 저녁 술자리를 했다. 서 전 장관은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소통과 청와대, ‘블룸버그의 불펜’
소통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소통의 구조’를 어떻게 짜놓느냐가 중요하다. 형식이나 틀이 내용을 규정할 때가 많으니 그렇다.그런 면에서 언론사 편집국이나 보도국의 업무공간 구조는 ‘꽤 괜찮은 소통의 틀’이다. 개방된 넓은 공간에서 전체 기자들이 함께 일하는 구조이니, 부서나 직급이 달라도 오며가며 수시로 마주치게 된다. 잡담도 하고 즉석 업무 협의도 한다. 조율도 되고, 아이디어도 나온다. ‘벽 없는 소통’을 위해 몇몇 기업들도 이런 뉴스룸 구조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지난주 박근혜…
박근혜 코퍼러티즘과 언론인 특보
청와대가 특보단을 꾸려 언론인을 영입했다. 결코 반갑지 않다. 국정의 중추인 청와대에 검찰, 경찰, 언론, 정계의 엘리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이 왜 싫은가에 대해 설명해 보자. 우선 문고리 3인방, 십상시, 7인 모임이 뒤엉켜 있고 이를 해소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불통의 청와대에 언론인 특보가 들어가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것이 설득력도 의미도 없어 보인다. 이것이 첫째 이유다.두 번째는 박근혜 정권의 구조적 성격이다. 박근혜 정권은 악성 코퍼러티즘으로 가고 있다. 코퍼러티즘(Corporatism), 협동조합주의는 국가가 자본과 노
국제시장과 아메리칸 스나이퍼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잦아든 상태다. 대충 정리된 논쟁의 결과는 ‘이념으로 영화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정도인 것 같다. 동의한다. 하지만 영화 국제시장은 애초부터 이념이 논란의 중심인 영화는 아니었다. 언뜻 정치성향이 다른 세대 간 대결로 비춰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 중 하나였을 뿐, 영화의 내용 자체에 대한 논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제시장의 내용을 두고 벌이는 논쟁이라면 ‘역사를 적절하게 다루고 있는가’로 보는 것이 옳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나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