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시위, 민족주의, 마오쩌둥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다”, “일본은 꺼져라”, “이날의 치욕을 잊지 말자”, “일본에 대포를 쏴라”. 중국인들이 국치일로 기념하는 만주사변 81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9월18일까지 열흘 넘게 이어지며 중국 전역을 휩쓴 반일 시위 과정에서 터져 나온 구호 중 일부다. 가히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민족주의, 국가주의의 발흥이다. 중국정부는 사실상 시위를 방조했다. 철망을 치고 경찰력을 동원해 일본 공관들을 보호하기는 했지만 길목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아부슬림은 무엇을 위해 저항했는가
1년 전 이맘때쯤 기자는 리비아 트리폴리에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진주라 불렸던 트리폴리는 퇴각하는 카다피군과 시민군 사이의 시가전으로 쑥대밭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뉴스에서도 여러 번 언급됐던 아부슬림이라는 지역이 있다. 대규모 취재진을 파견한 서방 언론과 그들의 논조를 충실히 따라가기 바빴던 한국 언론들은 그곳이 마지막 남은 카다피 잔당의 소굴이며, 격렬한 저항으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속보를 날려댔다. 그리고 실제로 전투가 마무리된 아부슬림에서는 병원마다 수백 구의 시신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일왕 사과 요구’에 더 민감한 일본 언론
8월 말 서울에 부임 중인 일본의 한 특파원과 인사를 나눴다. “요즘 여러가지로 바쁘시죠.” “요즘 저한테 여러가지 안부인사를 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냥 바쁘시죠’라는 분들도 있고 ‘독도 때문에 바쁘시죠’라고 인사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일왕 건 때문에 바쁘시죠’라고 하는 분은 없네요.” “예! 그건 무슨 뜻인가요?” “일본은 독도문제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발언을 더 민감하게
BBC의 올림픽 중계 혁명
런던 올림픽이 막을 내릴 즈음인 지난 11~13일,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Ipsos MORI)는 흥미로운 여론조사를 벌였다. 이번 올림픽으로 평판이 좋아진 인물 혹은 기관을 고르도록 한 것이다. 영국 왕실과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갔음은 물론이고 악명 높은 런던의 교통시스템이나 차갑다고 알려진 런던 시민들도 그간의 오명을 다소나마 씻을 수 있었다.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갈채를 받은 주인공은 바로 영국 공영방송 BBC였다. 무려 응답자의 81%, 다시 말해 영국인 5명 가운
격화되는 중미 갈등 그리고 한반도
최근 중·미간 기싸움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가히 막말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말싸움’으로는 갈 데까지 간 형국이다. 최근의 갈등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갈등의 촉매제가 된 남중국해의 싼샤시(三沙市)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싼샤는 시샤(西沙), 중샤(中沙), 난샤(南沙)라는 세 개의 군도를 묶어서 싼샤(三沙)가 된 것이다. 면적은 13㎢, 인구 역시 1100명에 불과하지만 관할 범위는 남중국해 일대 200만㎢로 중국 내륙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넓다.중국은 7월 중순 싼샤시를
美도로·건물 이름에 담긴 ‘통합의 코드’
엊그제 워싱턴에서 마지막 출근길을 달렸다.버지니아 매클린(Mclean)의 집을 나서 ‘웨스트모어랜드 가’(Westmoreland Street), ‘커비 로드’(Kirby Road), ‘돌리 매디슨 대로’(Dolley Madison Boulevard)를 차례로 거친 뒤 ‘조지 워싱턴 기념 파크웨이’(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로 질주했다. 다시 ‘루스벨트 브리지’(Roosevelt Bridge
민주주의의 경계에 선 ‘퍼스트 레이디’
‘시리아의 다이애나’, ‘사막의 장미’.한때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의 부인 아스마 알 아사드를 따라다니던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런던의 유복한 시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난 아스마는 유창한 영어실력과 빼어난 미모, 세련된 패션감각에다 여성인권과 아동문제 등에 발벗고 나서면서 시리아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퍼스트 레이디다. 하지만 남편이 벌이고 있는 1년5개월여의 잔혹한 유혈사태엔 침묵으로 일관해 왔고, 무자비한 학살극이 벌어지는 와중에 인터넷 등에서 유럽 명품들을 무더기로 사들이는 초
신문의 나라에 불어온 SNS 바람
매주 수상관저 앞에서 탈 원전 항의데모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수상관저 앞에서 일반 시민들이 항의 집회를 가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탈원전 결단을”,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피켓을 들었다. 주최자 측의 연사도, 대규모 스피커도 보이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만들어 와서 이를 외치고 해산했다. 참석자 중에는 유모차를 이끌고 나온 주부도 심심찮았다. 탈 원전 데모는 지난 3월부터 지속되어 왔지만 노다 총리가…
기로에 선 영국식 권언유착
“기자들과의 술자리를 금하라.”지난달 29일 영국 경찰서장협회(ACPO)는 경찰과 기자 간의 만남을 규제하는 일종의 언론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기자들과의 술자리는 물론이고 점심 혹은 저녁식사도 안된다. 오직 간단한 ‘다과’만이 허락된다. ‘말조심’도 필수다.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은 모두 수첩에 기록해뒀다가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오프 더 레코드’로 나눈 은밀한 이야기도 빠뜨려선 안된다.자칫 언론 취재 자유를 가로막는 것처럼 보이는 엄격한 가
‘천안문 사건’ 중국의 길을 다시 묻다
언론에서 ‘천안문 사건’ 또는 중국어 발음대로 ‘텐안먼 사건’으로 부르는 중국의 민주 개혁 운동은 1976년 저우언라이 총리의 사망 이후 발생한 것과 1989년 후야오방 전 당총서기의 사망 이후 발생한 것 등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89년 6월4일 발생한 사태를 의미한다.지난 6월4일로 천안문 사건은 23주년을 맞았고 이를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집회가 시위가 보장된 홍콩에선 무려 18만 명이 모인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려 ‘천안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