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누설 논란, 안보, 그리고 알 권리
국가기밀누설 논란이 미국 대선가도에 정치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미국 대통령이 테러범들의 살생부 작성에 직접 개입하고 무인비행기(드론)를 동원해 이들을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해 바이러스를 투입하는 사이버 공격에 나서라고 대통령이 극비리에 명령했다.”이 같은 내용이 최근 뉴욕타임스(NYT)의 잇따른 `특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언론에 나지 않았더라면 국민들은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다룬 영화에나 볼 수 있고, 상상속에서나 그려볼 법한 스토리였다. 드라마
‘서울의 봄’ 그리고 ‘아랍의 봄’
봄이 올 줄 알았다. 광장에 뿌려진 수많은 희생자들의 피가 수십년 독재로 얼어붙은 땅을 녹일 거라 믿었다. 그래서 우린 그 혁명을 ‘아랍의 봄’이라고 부르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나둘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정상적인 제도정치의 틀을 회복해 갈수록 ‘아랍의 봄’이 길을 잃고 있다는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적인 선거절차를 통해 내 손으로 뽑은 지도자가 그저 인간답게 살게 해 달라던 시민들의 소박한 요구를 실현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아랍 최대 국가인 이집트의 대선
한반도까지 위협하는 日 ‘기밀보전법’
유튜브에 유출된 동영상과 3·11 동일본 대지진이 뜻하지 않게 일본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 공무원에 의한 내부 정보 유출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가 국가 정보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를 단속하겠다며 내부정보를 유출하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징역 1년에서 10년으로 강화하겠다는 법안을 작성 중이다. 문제는 내부 고발을 부추기는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법안이 성립될 경우 언론의 취재, 보도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은 분명하다.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신문을 비롯한 28개 신문이 사설을 통해서
공영방송 수난시대
“다음 BBC 사장은 ‘토리’(보수당)여야 한다.”지난 14일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영국 공영방송 BBC에 느닷없이 ‘일격’을 가했다. 보수당 소속 존슨 시장은 이달 초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 후보를 누르고 재선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보수당의 체면을 유지해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유력한 차기 당권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다.존슨 시장의 ‘일격’은 그가 기자시절 몸담았던 ‘데일리 텔레그래프&r
쓰촨 대지진 4년…3번의 놀람
2008년 5월 12일 오후 2시28분, 중국 쓰촨성의 성도인 청뚜 인근의 원촨, 베이촨, 미앤양, 두장옌 일대가 규모 8의 대지진으로 9만명에 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대참사를 겪었다. 지진 발생 4년을 취재하기 위해 찾은 참사 현장, 그리고 복구 현장은 방문객을 여러 번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아직도 상흔이 생생한 참사 현장은 방문객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저 무너진 건물더미에 내가 있었다면….” 이런 상상이 고통 속에 숨져갔을 망자들에 대한 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충격적인 순간에 대
‘뉴욕타임스’가 되고 싶은 CNN의 고민
지난 5월2일 미국의 뉴스채널 CNN으로서는 치욕스러운 조사결과가 발표됐다.지난 4월 닐슨 미디어 리서치의 시청률 조사결과 CNN의 평균 시청자가 35만7000명으로 나왔고, 이는 월별로 따졌을 때 최근 10년 동안 CNN 사상 최악의 시청률이었기 때문이다.1980년 사상 첫 24시간 뉴스채널로 창설돼 걸프전 보도로 명성을 떨치며 출발한 CNN이 시청률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 것은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니다.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정치색을 분명히 하며 뉴스를 전달하는 폭스뉴스와 MSNBC 등 경쟁 뉴스채널이 두각을 보이고 사실
‘독재자의 사탕’에 눈먼 언론
문명의 보고인 이집트엔 볼 것이 많다. 피라미드를 포함한 엄청난 문화유산에 먼저 눈길이 가겠지만 기자의 눈에 가장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는 ‘아에쉬’라 불리는 이들의 주식, 전통빵을 공급하는 국영 빵집들의 모습이다. 1950년대 이집트의 국부로 추앙받는 나세르 혁명 이후 생겨난 국영 빵집에선 시중보다 5배 정도 싼 값에 ‘아에쉬’를 공급해 왔다. 지금도 국영빵집에선 1 이집션 파운드, 우리 돈 200원 정도면 한 가족의 하루 식생활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이 국영빵집들이 위태롭다.
‘헌법 개정’ 몰아가는 일본 보수신문들
오는 4월 28일은 1951년 일본이 48개 연합국과 평화조약을 맺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조약에는 일본이 대한민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사할린의 권한을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은 조약 당사자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일간 역사문제, 영토문제가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조약 체결 60주년을 한달 앞둔 3월 27일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창간 80주년을 앞두고 신헌법 기초안을 만들겠다며 위원회를 구성하고 현행 헌법의…
가디언의 ‘오픈 저널리즘’
아기돼지 삼형제의 집에서 늑대가 산 채로 끓는 물에 빠져 죽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진다. 돼지들이 살인죄로 경찰에 체포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뜨겁게 달궈진다. 돼지의 벽돌집을 날려버리려다가 실패한 뒤 굴뚝으로 침입한 늑대를 죽인 것은 돼지들의 ‘정당방위’라는 의견과 그래도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이때 한 시민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늑대가 천식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를 계기로 천식을 앓고 있던 늑대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돼지의 집을 날려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국가 폭력 단죄에는 시효 없다
지난 2월 28일 타이베이의 평화 공원. ‘2·28 사건’ 65주년 정부 기념식에서 국민당 마잉지우 총통은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한 것만으로 결코 국가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했다. 65년 전인 1947년 2월 28일. 북부의 타이베이와 남부의 까오시옹을 포함한 대만 전역은 국민당 군정에 항의하는 시위로 폭발했다. 해방군으로 환영했던 국민당군이 오히려 점령군 행세를 하는 것에 쌓여가던 불만은 한 사건을 계기로 항쟁으로 비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