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방송, IPTV 전철 밟지 말아야
요즘 UHD 방송 추진 과정을 보면 과거 IPTV 도입 과정에서 나타났던 혼돈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아 염려된다. IPTV는 2004년 말 사업자간, 규제기구간 갈등으로 도입이 지연됐다. 기간통신사업자를 옹호한 정보통신부와, 종합유선방송국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저지하려 했던 방송위원회간 갈등은 전형적인 규제자와 피규제자간의 ‘철의 연대’(iron coalition)가 형성되면서 시작이 늦춰졌다. 이 결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제정이 지체되고, 사업 승인도 늦어졌다. 현재 유료방송사업자를 지원하는 미래창조과
우리는 진실에서 너무 멀리 왔다
오늘 우리의 저널리즘은 객관성의 상실, 편파성, 불공정, 사실의 왜곡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판 받는다. 우리가 저널리즘에서 우선적 가치로 여겼던 것은 아마 객관성의 준수일 것이다. 객관성을 빌미로 시대적 사명을 다하지 않는 저널리즘의 문제는 이미 제기한 바도 있어 생략한다. 그렇다면 그 객관성은 제대로 확보되고 있는가. 어떤 사건과 현안을 취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념적 가치판단이 개입된 것일 수도 있고, 모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힘들고, 수집한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도 곤란하다. 누가 읽고 들어도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편작’의 한 수
워싱턴 포스트가 팔렸다. 팔렸다고 쓰고 보니 왠지 처참한 느낌이다. 저널리즘의 역사에서 회자되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신문사라 그런지 당혹감도 처절함도 더 하다. 가격은 2억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2800억원 쯤 된다. 큰 돈이긴 하지만 다른 기업의 매각 금액과 비교해보면 씁쓸하다. 사진공유 사이트 인스타그램을 사기 위해 페이스북이 지급한 돈은 10억 달러(1조1000억원), 야후가 마이크로블로깅 사이트인 텀블러를 인수한 것도 11억 달러(1조2000억원),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를 산 것도 12억 달러(1조
기자인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다시 첫발을 뗀다
2013년 8월 12일 새벽. 선잠을 깨자마자 대문 앞에 놓인 신문을 집어 들었다.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정신. 정정당당(正正堂堂)한 보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자세’. 1면 머리를 차지한 한국일보 사시(社是), 그 아래 ‘언론의 바른 길,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란 글귀가 또렷하다. 이제 ‘짝퉁의 악몽’이 끝난 것인가, 아직 실감이 가지 않는다. 이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않겠다며 책상 한 켠에 차곡차곡 모아두다 치미는 욕지기를 더는 참지 못해 쌓기를 포기했던 &l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정신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관우는 모택동만큼이나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격화돼 곳곳에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있을 정도다. 중국 민중들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야 여러가지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미화됐듯이 의리와 충성의 아이콘이라는 점 때문일 수도 있고, 무장으로서의 영웅적 기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삼국지연의를 보면 관우는 무장이면서도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라는 역사해설서를 전쟁터에서도 손에 놓지 않은 문무겸비의 인물로 묘사된다.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관우의 사람 됨됨이에 더욱 빠져든다. 춘추는
종편 재심사, 진정한 ‘미인’을 가리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8월까지 종편 재승인 심사 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방송사 승인 제도는 미인선발대회(beauty contest)다. 보이는 것 위주여서 진정한 미인을 뽑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재승인 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의 방지책이다. 승인부터 받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부풀려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사업자를 찾아내는 데 재승인 심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계획 대비 이행실적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계획을 적게 내고 그대로 지킨 사업자가 계획을 크게 내고 거의 지킨 사업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종편
기자와 ‘기자 비슷한’ 사람
저널리즘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인간(人間), 그리고 인간의 정황(情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인간을 지향하는 것과 뉴스가 인간 개개인에게 함몰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뉴스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면 거기에는 시대적 배경이 있고 사회구조에 따른 맥락이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뉴스는 배경과 맥락은 외면하고 표면에 덧칠해진 개인의 영욕에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에서 눈을 돌려 정치인들에게 몰입하는 것이다. 권력을 쥐려는 의도가 있고 과정이 있고 결과와 미래가 있을 것인데 언론은 거기 얽혀들어 싸우는 인물들
‘자서전들 쓰십시다’
미국 유학시절 가장 즐거운 여가는 동네 서점에서 서가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거였다. 그 때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서전’을 모아둔 섹션이었다. 본인이 직접 쓴 전기와 누군가가 기록과 인터뷰에 의존해 쓴 전기도 있었다. 희한하게도 자서전은 가장 넓은 서가를 차지하고 있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책을 펼쳐보며 머무는 공간이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의 자서전이 펼쳐져 있었고, 실제로 많은 전기들이 팔리고 있었다. 필자가 만난 외국 친구
‘테크리터러시’를 높여야 하는 이유
네이버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전 언론사에 비상이 걸렸다. 뉴스 사이트의 트래픽을 좌우하는 네이버의 정책 변화로, 혹은 그 실패로 전 언론사의 트래픽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반토막 정도면 상대적으로 오히려 좋은 상태이고 반에 반으로 트래픽이 급감한 사례도 허다하다. 뉴스 사이트 트래픽 감소는 전체적으로 뉴스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각 매체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듯하다. 신문이나 방송 등 이른바 ‘오프라인’ 매체 소비가 줄어든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다. 그나마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던
‘갑을 관계’의 진실은
갑-을 관계가 언론에서도 화두다.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횡포로 촉발된 문제는 우리 경제사회의 본질적인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갑을이란 문구 그대로 계약상 당사자 쌍방을 지칭하는 용어다. 일방이 갑이면 타방은 을이다. 계약은 자치의 원칙이 지배한다. 법은 쌍방의 자유의사에 의해 체결된 계약을 존중하다. 계약법은 이처럼 동등한 당사자, 즉 독립된 경제주체를 예정하고 있다. 개인대 개인이거나 회사대 개인이거나, 회사대 회사이거나 모두 동등한 권리의무의 주체간 자유로운 의지에 의하여 이뤄진 계약을 존중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