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모습은 평양이나 서울이나 똑같다
평양행 열차가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북녘 땅을 다시 밟는구나.’ 방북 성사를 위해 맘 졸였던 장면들이 차창 밖 풍경 속으로 지나쳐갔다. 재미언론인 진천규씨는 지난해 10월6일 ‘단둥-평양 국제여객열차’에 몸을 싣고 평양으로 향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취재 기자단 일원으로 방북했으니 17년 만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방북 취재는 올해 7월까지 네 차례 이뤄졌다. 평양은 물론 원산, 마식령스키장, 묘향산, 남포, 서해갑문 등지를 취재했다. 그는 최근 방북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
“이 실화는 새 방식을 관철한 인물의 ‘태도’에 대한 전기”
전직 기자는 노트와 펜부터 꺼내놨다. 다 준비됐냐는 듯 상대를 쳐다봤다. 자신의 워딩을 계속 판단하는 신중한 말하기가 이어졌다.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 웹논픽션 ‘악의 해석자’를 취재할 때의 태도였을 게다. 저 표정으로 연쇄 살인 사건 당시 권일용 전 경정과 동료들의 활동·심리·핵심자료는 물론 날씨·옷 차림새·식성·차종까지 캐물었을 것이다.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는 작품 프롤로그에서 “이 실화는 인물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관철시킨 그들의 태도에 대한 전기”라고 했다. ‘태도’를 알아보는 안목은 같은 ‘태
논픽션으로 다시 태어난 ‘이중스파이와 기자의 만남’
편집국에 전화가 울렸다. 때는 1996년 11월26일. 당시 시사저널 기획특집부 차장이던 김당은 수화기를 들었다. 상대방은 자신을 ‘미스터 장’이라고 표현했다. 미스터 장은 ‘김영삼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대북지원 중단을 외치면서 물밑으로 몰래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다’는 시사저널 기사를 보고 편집국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는 시사저널을 고소·고발한 청와대와 달리 기사 내용이 맞다며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액수까지 알려줬다. 그 한 통의 격려성 제보와 세실 레스토랑에서의 첫 만남 이후 김당 UPI 선임기자와 미스터 장의 질긴 인연이 시
“틀에 갇힌 뉴스? 지금은 그걸 깰 절호의 타이밍”
“작년 말에 파업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MBC 뉴스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어요. ‘여기에 성이 있었구나’하는 정도? 흔적만 남아있다고 할까요. 그때부터 앵커를 포함한 보도국 수뇌부들, 기자들 모두 치열하게 살았어요. 반년동안 성의 밑돌을 깔아놓고 단단하게 기본 축조를 한 셈이죠. 그런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이제 서서히 뉴스에 변화를 줄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왕종명)MBC 뉴스데스크가 기자의 현장성과 심층 아이템을 강화하며 변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마리뉴)’나 ‘바로 간다’ 등 새로운 코너가 시청자
“파업 기간 내내 괴로워…YTN 다시 일어설 것”
“사진부터 찍을까요?”박진수 전국언론노조YTN지부장이 큼지막한 팻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YTN은84일째 파업 중’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YTN지부가 최남수 전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2월부터84일간 벌인 파업 때 사용하던 것이다.박 지부장은 팻말을 손에 쥔 채 포즈를 취했다.그리고는 활짝 웃었다.파업 당시엔 볼 수 없었던,홀가분한 표정이었다.YTN의 첫 장기 파업을 이끈 그가 취재현장에 복귀한다.지부장 취임 후2년2개월여 만이다.임기2년을 채우고도 새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비대위 체제로 두 달을 더 보내서다.지난 27
“한국 저널리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게 목표”
“제가 입사했을 때만해도 KBS가 1등이라는 거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잖아요. 설사 1등이라고 하더라도 간격이 좁혀져서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자리고, 질적 지표에서는 이미 1위 자리를 내준지 몇 년 됐죠. 제작 자율성이 심각하게 무너졌던 데다 매체 환경도 변해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요.”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됐다. 공영미디어를 비롯한 한국 저널리즘이 그동안 어떻게 무너졌는지, 현재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헤치고 고발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 2003년
“미디어의 게이트키퍼 역할은 끝났다”
언론은 정치인들의 발언을 검증 없이 받아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또 거짓인가.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는 현직 기자시절 경마식 선거보도를 지양하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팩트체크 사이트 폴리티팩트(PolitiFact)를 만들었다. 미국 3대 팩트체크 기관으로 꼽히는 폴리티팩트는 ‘진실 검증기’(Truth-O-Meter)를 도입해 참, 거짓 여부를 가린다. 진실부터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까지 검증사실을 6단계로 시각화하는 이 시스템은 전 세계 팩트체크 모델로 자리 잡았다.…
‘편 들지 않은’ 예멘 기자는 남의 나라를 전전해야했다
기자로 살았다. 내전이 일어났다. 정부군인지 반군인지, 편을 선택하지 않은 기자는 양쪽 모두에 눈엣가시가 됐다. 하니(37)와 무니르(45)는 그런 기자였다. 몸 담았던 신문사마저 폐간되면서 도망치는 것 말고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가족을 떠나 타국을 전전했다. 죽지 않으려면 그래야 했다. 지난 5월 제주에 들어온 두 기자는 그렇게 ‘난민’이 됐다. 지난 4일 제주시 오라1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하니와 무니르는 예멘에서 같은 신문사 기자로 근무한 동료 사이였다. 회사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거리의 신문’ 쯤이 된다
“줄탁동시… 연합뉴스 혁신 위해 ‘껍데기 쪼는’ 어미닭 역할 하겠다”
KBS이사회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공영방송 정상화 과정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과 달리 뉴스통신진흥회는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 연합뉴스의 독립성 및 공정성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상황에서 뉴스통신진흥회의 침묵은 사실상 방관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하반기 연합뉴스 안팎에서 경영진과 함께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 동반사퇴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런 연유였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연합뉴스 대주주이자 관리 감독기구로 2005년 설립됐다. 목적은 ‘뉴스통신의 진흥과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연합뉴스사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뉴스
8세부터 25년 넘게 일기 쓰는 기자
‘민완기자’ ‘5만원’ ‘어머니’ ‘북미정상회담’. 이재호 한겨레21 기자가 보여준 어플리케이션엔 날짜별로 단어가 빼곡했다. 이슈, 그날의 경험 등을 키워드로 정리해놓은 것이었다. 이재호 기자는 일기를 쓰지 못한 날엔 이렇게 단어를 적어놓고 나중에라도 꼭 정리를 한다고 했다. ‘일기 쓰는 남자’다웠다.이 기자는 8살 때부터 25년간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 지금까지 쓴 일기만 50여권. 1년에 평균 두 권을 썼다. 물론 매일 쓴 건 아니다. 너무 바쁠 땐 한동안 못 쓴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이 3개월을 넘긴 적은 없었다. 이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