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영미식 언론자유
또 한번 실망했다. 이번에는 영국 황색 언론의 도를 넘는 선정성이나 상업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에는 영국 민주주의 근간이라고 인식되는 언론 자유가 억압받는 이야기다. 발단은 지난 5월 ‘가디언’지의 특종이었다. 보도의 내용은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졌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미국 국가안전국(NSA)은 지난 2007년 이래 자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에 걸쳐서 민간인의 이메일과 페이스북, 통화 내역 등을 무차별적으로 감청 및 해킹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정보통신
8월과 일본언론의 역사청산
“주변국(한국, 중국)으로부터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서)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일본국 헌법은 전승국(미국)으로부터 강요된 헌법이기 때문에 개정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주변국에)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식민지 침략과 전쟁에서 일본만이 잘못한 것인가.” 데라지마 지쓰로 일본 종합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8일 일본 TBS의 아침방송에 출연해 자민당이 재집권한 이후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지를 이렇게 지적했다. 외부적인 시점에서의 지적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역사에 대해서 일본사회의 본심을…
오바마는 왜 공화당 전략가를 만났나
미국 대통령의 호칭은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다. 건국 초기 ‘전하’ ‘각하’가 거론됐지만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은 국민과 스스럼없이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통 사람 칭호를 택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백악관까지 거반 개방하며 소통 행보를 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 대통령이 머무는 방 132개짜리 백악관의 별칭은 ‘버블’(bubble)이다. 바깥과 소통이 안 되는 투명한 고립을 말하는 이 버블에서 벗어나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건재한 이유
“저는 이곳 상하이 임시정부에 와서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다시한번 깊이 깨달았습니다. 김구 선생을 비롯한 그 많은 독립투사들의 간난고투의 투쟁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우리가 있었겠습니까?” “이곳이 바로 그 폭탄 투척 현장이라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릅니다. 윤봉길 의사, 당시 나이 24살의 꽃다운 청년이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독립의 희망이 싹트지 않았겠습니까?”“일제의 침략의 역사가 여기 이곳 상하이에도 이처럼 명백히 확인되
‘질서를 만드는 자’들에 대한 거대한 저항
2013년 6월의 브라질은 뜨거웠다.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벌어진 시위가 전국을 들끓게 했다.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거리는 변화와 개혁을 외치는 함성으로 메워졌다. 누군가는 잠자던 브라질 국민이 깨어난 것이라고 했다.시위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기차 등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고 나서 6월 6일부터 시작됐다. 오래지 않아 시위의 초점은 정치권의 부패·비리를 비난하고 보건·교육·치안 등 공공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으로 옮겨졌다. 시위대는 치솟는 물가에 항의했다. 2014년 월드컵 축구
민주주의와 시민적 자유의 미래를 생각한다
북유럽 언론 모델을 찾아서 <1>조지 오웰의 ‘1984년’이 출간된 것은 1949년이다. 당시 작가의 뇌리에 있었던 전체주의적 소비에트 체제들 대다수가 이미 몰락했다. 그러나 오늘날 첨단 정보화 기술 사회의 맥락을 타고 새로운 ‘빅 브라더’들이 출현할 가능성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동안 세계 뉴스의 중심은 단연 에드워드 스노우든(Edward Snowden)이 ‘가디언’…
루퍼트 머독과 장재구
지난 1년 남짓 영국의 언론계를 지켜보면서 두 가지에 놀랐다. 첫번째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가공할 영향력이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사는 영국 최대 일간지 ‘더선’과 이른바 정론지인 ‘더타임스’를 나란히 거느리고 있다. 두 신문은 영국의 전국지 가운데서 구독부수 기준 1위와 8위다. 한국으로 치면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를 함께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그는 영국 최고의 경제지인 ‘파
아베의 페이스북과 일본의 우경화
아베 수상의 페이스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베 수상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2년 고이즈미 수상의 방북과 납치문제를 담당했던 다나카 히도시 전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실명으로 비난한 글을 게재한 것이 발단이다. 야당 정치가도 아닌 전직 외교관을 상대로 “외교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수상의 인신 공격성 투고에 여당 내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의원(자민당 청년국장)은 “실명으로 반론, 비난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일일이 비난에
전 지구적 저널리즘의 위기
한 때 입법, 사법, 행정의 세 권부를 견제하는 제4부라는 참으로도 영광스런 별칭으로 불렸던 직업이 기자다. 입법, 사법, 행정과 경제계 등 사회 전반을 주무르는 이른바 ‘사(士)’들의 틈바구니에서 쓰레기통을 뒤져 퍼즐을 맞추고 숨죽인 ‘을’들의 목소리를 캐내는 기자의 일은 늘 위험하고 귀찮고 피하고 싶은 현장 속에 있다. 그래서 ‘선비 사(士)’자가 붙은 고매한 분들을 대하면서도 그 직업엔 ‘놈 자(者)’가 붙어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의 ‘근친’ 내각
버락 오바마 2기 미국 정부가 ‘근친’(近親) 정부 소리를 듣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1기 내각은 ‘팀스 오브 라이벌’(경쟁자들로 구성된 내각)로 불렸다. 그러나 2기 오바마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인선인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유엔대사 자리까지 충성파, 측근들로 채워졌다. 공화당 출신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당선 뒤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롯 경쟁자들을 내각에 앉힌 것처럼 오바마도 집권 1기 때는 경쟁자들을 내각에 끌어들였다. 민주당 경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등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