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에 비친 지구촌 모습
미국 전역이 쇼핑 광기에 빠져든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인 지난달 23일. ‘1달러의 가치를 소중히 한다’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에 가장 많은 소비자가 몰린 건 당연했다. 월마트는 이날 500달러가 넘는 아이패드2를 399달러에 내놓고 75달러짜리 기프트카드까지 경품으로 주었다. 일부 매장 밖에서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지만 사람들의 눈은 전시된 상품을 떠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가격에 판매되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표들이 붙어 있었다. 시위를 벌인 노동
모옌, 류사오보, 그리고 중국
1980년대 말 개봉된 장이머우 감독의 데뷔작 영화 ‘붉은 수수밭’은 그 강렬한 붉은 색채만큼이나 깊은 인상으로 중국을 서방에 알렸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2012년,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을 통해 중국을 들여다본 서방 대중이 보내는 뒤늦은 선물이겠다.모옌(莫言)은 그의 필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뜻을 지니고 있다. 이런 그의 문학상은 그의 문학에 대한 상찬과 관심으로 끝나지 않고 중국의 인권문제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바로…
영국 일간지들이 타락하는 이유는
지난 11월17일, 필자가 사는 영국 버밍엄의 한복판에서는 독특한 집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각자 손에 영국 최대 일간지인 ‘더 선(The Sun)’을 펼쳐 보이고 서 있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퍼포먼스였는데, 흥미롭게도 이들은 검은 테이프로 ‘X’ 모양으로 양쪽 눈을 가리고 서 있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눈 뜨고 볼만한 신문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영국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더 선’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할까.답은
국익보도와 저널리즘에 국경은 있는가
저널리즘에는 국경이 있는가. 영토문제를 둘러싼 한·중·일 간 갈등과 저널리즘의 역할을 생각하게 하는 심포지엄이 일본에서 연이어 열렸다. 지난 16일 독도문제를 테마로 일본 도쿄의 메이지대학에서 작은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일본에 있는 한국인 연구자 포럼(회장 유혁수 요코하마 국립대교수)이 주최한 제5회 한·일 사회문화 심포지엄은 독도를 포함한 한·일 간 영토문제를 테마로 삼았다. 애초에는 한·일 간의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겠다는 계획이었다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시카고의 오바마, 보스턴의 롬니
1년 가까이 진행된 미국 대선을 경선부터 시작해 본선까지 지켜본 것은 특파원으로서 미국을 더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현장에서 느낀 것들 가운데 가장 우선은 미국이 감추고 싶었을 분열된 모습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 극명했던 순간이 9월 플로리다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와 11월6일 선거 당일 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 측 집회였다. 흑인, 히스패닉을 찾을 수 없는 공화당의 모임들은 다양한 인종이 섞인 민주당 집회들과는 비교됐다. 어떤 게 진짜 미국의 모습일까 하고 자문해보면 아마 두
황금평(黃金坪)을 주목하라
중국 단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북중 무역박람회가 시작된 지난달 12일 중년의 미국인 4명이 선양에 있는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을 찾았다. 이들은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정책 고문들이었다. 이들은 연구자들과의 미팅에서 “언제부터 시작됐느냐?” “가능성은 어떻게 보느냐?” “중국정부는 어떤 입장이냐?” 등 황금평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들은 회동 후 바로 단둥으로 넘어가 황금평 현지를 둘러봤다. 황금평은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북한 땅이지만 랴오닝
대선후보들의 중동에 대한 심각한 무지
금융위기와 전쟁, 테러가 지배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21세기 첫 10여 년의 한복판엔 늘 아랍과 중동, 이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9·11 테러로 시작된 공포에 대한 탐닉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져 중동을 다시 한 번 포연의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고, 이는 다시 재정적자와 자산버블 붕괴로 연결되며 자본주의의 뇌관을 건드려 초강대국 미국에 최악의 금융위기를 선물했다. 공포를 탐닉했던 자들에 대한 보복이라고 할까?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논리로 국제사회를 겁박했던 미국의 오만이 치러야 할 자업자득 같은
57세 BBC 앵커우먼의 퇴진과 한국여성
영국 신문에서는 누구 얼굴을 가장 자주 보게 될까.조금 엉뚱한 질문이지만 실제로 이걸 조사한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의 ‘여성언론인모임(Women in Journalism)’은 영국의 9개 주요 언론의 1면에 한달 동안 나온 기사를 분석했다. 지난 15일 ‘가디언’ 지는 1면에 이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내용이 흥미롭다. 영국 신문의 1면을 가장 자주 장식한 사람은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였다. 영국에 와서 새삼 확인하는 것이지만 왕족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적 관심사다. 젊고 아름다운 &l
일본판 ‘황우석 사태’와 요미우리의 오보
기자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 중 하나는 과학적 지식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신뢰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최신 연구결과에 대해 진위를 가린다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비전문가인 기자가 난해한 최신 연구결과를 놓고 뉴스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전문가 자체를 신뢰한 나머지 연구결과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쳤는지, 연구결과가 타당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기자들의 능력 밖의 일이다. 그래서 언론들은 연구자가 어떤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지 어떤 상을 수상했는지를 가지고 연구결과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도 언론이 설 자리 없는 미국 대선
보지 않은 것을 기사로 쓰는 게 어렵기는 미국 워싱턴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같은 대선 시즌에 기사를 발로 쓰는 건 간단치 않은 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 근처에서 선거유세라도 하는 날이면 부담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여러 절차를 거쳐 행사장에 도착해서도 공식행사 시작 이후 두 시간을 기다려야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다. 행사를 마치고 귀가하면 하루의 낮이 거의 다 가는데, 이렇게 취재한 것마저 한국에서 뉴스가치가 높지 않다. 그래서 워싱턴 ‘현장’에서도 미 대선 기사는 현지 언론이나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