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정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연방의회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언론의 반응에서 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마구잡이로 한국에 전해지는 미국의 반응과 대책이 어쩌면 일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대체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침묵하는데 반해 의회는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회의 이 같은 분위기는 대북 강경론자들의 입김이 세진데다 외교위원회 등의 한반도 실무 담당자들이 최근 물갈이 된 이유가 크다. 새로 짜인 진용이 한반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사형집행 생중계가 보여준 중국의 속살
중국의 국영방송인 CCTV가 외국인 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비록 사형을 실제 집행하는 장면은 내보내지 않았지만 사형수 4명의 교도소에서 집행장까지의 이송과정, 그리고 이들의 표정과 모습을 마치 중계방송하듯 내보내 “공개처형이나 마찬가지다”, “비인권적이다”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중국 쿤밍 법원은 지난 1일 미얀마인 나오칸과 그의 수하로 알려진 3명 등 모두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들은 2011년 10월 메콩강 태국 관할 지역에서 중국 선박 2척
영국 신문보다 품격있는 한국 신문?
실망스럽다.영국에 와서 신문을 보면서 받은 인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렇다. 황당할 정도로 선정적인 영국의 대중지들을 보다 보면 한국 언론이 훨씬 품격있게 느껴질 정도다. 영국 대중지들의 막가파식 행태는 지난 글에서 다뤘으니 이 글에서 더 이상 다루지는 않겠다. 영국의 혼탁한 언론시장에서도 물론 정론지의 자존심을 지키는 신문이 있기는 하다. ‘데일리 텔레그라프’와 ‘인디펜던트’, ‘가디언’ 정도가 예가 될 수 있겠다. 여기에서 ‘타임스’를 떠올리는
제2단계 접어든 이집트 시민혁명
시민혁명 발발 2주년을 즈음한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 달 하순. ‘코샤리 혁명’의 성지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곳곳엔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과 맨 머리를 드러낸 여성들이 뒤섞여 있었다. 종교와 계층은 달랐지만 이들의 손엔 여성차별에 대한 항의문구가 들려 있었고, 인권과 민주주의 진전을 요구하는 똑같은 구호가 터져 나왔다. 2년 전에도 이집트 여성들은 저항의 최전선에서 몸을 던졌고, 지금도 역사의 현장에 당당히 한 주체로 서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각 광장 곳곳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공포의 현장으로 변해
전 우익신문 기자의 엇갈린 행보
최근 산케이신문 출신 기자 2명의 전직이 일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명은 오보 감시 사이트를 개설해서 언론보도를 감시하는 ‘워치독(watch dog)’의 역할을 자처했고 나머지 한명은 도쿄도 지사의 특별비서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기자의 전직이 화제의 대상이 되지도 못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은 기자의 이직을 곱게만은 보지 않는 시선이 존재한다. 물론 기자라고 해서 직업을 바꾸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보수지 출신의 상반된 행보는 주목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보도의 정확성과 신뢰성 향상을 꾀하는…
‘북한 시나리오’ 장사하는 미 한반도 전문가들
미국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출범에 맞춰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예고하면서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는 물론 한국에서까지 이들을 수시로 불러 세미나를 열고 있고, 워싱턴 특파원들은 이들의 말과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됐다. 이들의 발언 하나하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회전문 인사가 많은 워싱턴에서 이들은 정권이 바뀔 때 행정부에 들어가 직접 정책을 담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파악하는 주
‘진실 한마디가 전 세계보다 무겁다’
2013년 새해벽두에 중국의 남부지방 광동성 광저우에서 발생한 한 언론사의 파업은 사회주의 중국의 갈길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진실 한마디가 전세계보다 무겁다.” “一句眞話能比整個世界的分量還重.” 이들을 지지하는 글 중에 나온 이 한마디는 중국은 물론 전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3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인기 여배우 야오천(姚晨)이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이 말은 러시아의 작가 솔제니친이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남긴 소감으로
조앤 롤링의 분노
“속은 기분이다. 화난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지난 연말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보낸 기고에서 영국 수상 데이비드 캐머런을 대놓고 비난했다. 세계적인 작가가 수상에게 이렇게까지 날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11년 7월 캐머런 영국 수상은 언론의 취재와 보도 행태를 포괄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타블로이드 신문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탈법적인 취재…
‘레미제라블’ 한국과 이집트
이집트인들에겐 겨울이 새롭다. 2년 전 겨울 튀니지 시골 청년 부아지지의 절규와 분신으로 촉발된 혁명의 기억이 그들의 삶을 바꿔놨기 때문이다. 압제에 억눌렸던 거리엔 변화를 요구하는 구호가 넘쳐 흘렀고, 시민들의 가슴엔 희망이 강물처럼 흘렀던 게 그리 머지않은 과거다.하지만 지금 카이로의 겨울 하늘과 그 하늘을 뒤덮은 모래폭풍은 유난히 짙고 탁하다. 그것이 단지 겨울이라 생명을 억압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딛고선 현실이 그 계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30년을 호령하던 독재의 기억에서 갓 벗어났지만 나의 삶이 거창하지 않아
북한 로켓은 불륜, 일본 로켓은 로맨스?
왜 일본 언론은 북한이 발사한 로켓을 ‘사실상 미사일’이라고 고집스럽게 표현하는 것일까. 일본 언론들은 지난 12일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 로켓을 ‘사실상 미사일’, ‘사실상 탄도 미사일’이라는 제목으로 표현을 통일했다. 전세계 언론들이 로켓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유독 일본 언론에서만은 로켓이라는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이니치신문은 같은 날 석간에 ‘사실상의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보도하는 한편 13일자 사설에서는 북한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