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20일, 언론계는 방치됐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 당시 국민의 기대는 적지 않았다. 언론도 논조와 이념을 떠나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불행한 사건이 많았던 언론계는 특히 그랬다.새 정부 출범 120일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자유의 현실은 나아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사실상 유일한 언론 관련 공약이었다. 그러나 진척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여야가 합의했던 방송공정성특위는
‘방송공정성특위’가 명심해야 할 것
폭염과 장맛비를 뚫고 YTN 해직기자들이 보름 넘게 전국순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언론이 외면하는 전국의 ‘미디어 피폭지’를 기자직에서 쫓겨난 해직기자들이 기자들을 대신해 걸어서 방문하고 있다. 해직 5년. 누군가의 아들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그들이 겪었을 생활인의 고통을 가늠해보기조차 미안하지만 그들은 빗속에서 공정방송을 외치고 있다.같은 시각, 한국일보에선 편집국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파업 중이던 MBC에서 사측의 보도국 봉쇄가 있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쟁의도 없는 곳에서 사측의 편집국
한국일보 기자들에게 펜을 허하라
대한민국 언론 사상 초유로 벌어진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조치는 사측과 일부 언론에 의해 ‘노사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 프레임이다. 한국일보 사태는 경영진의 뿌리깊은 무능과 범죄 혐의에 대한 절대다수 기자들의 저항이기 때문이다.수년째 계속된 적자 행진에 상습적 임금 체불로 한국일보의 위상은 나날이 추락했다. 장 회장은 회사 회생을 위한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독자들에게 지면을 통해 공언한 중학동 사옥 이전도 사주의 과오로 거짓말이 돼버렸다. 200억원 배임 혐의는 추
세계가 지켜보는 해직사태
100여개국 60만명 회원이 가입된 전세계 일선 기자들의 최대 조직인 국제기자연맹(IFJ, 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이 지난 5~8일(한국 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제28차 세계총회에서 한국의 YTN·MBC 해직언론인들의 즉각 복직을 촉구하는 긴급 결의문을 채택했다.IFJ는 결의문에서 몇 년째 미해결 상태인 YTN과 MBC의 언론인 해직사태에 우려를 표시하며 “이명박 정부의 책임자들은 언론자유 탄압에 대해 사과하고, 박근혜 정부는 공정보도 회복을 위해 긴급한
‘언론사찰과 한국일보’ 철저한 수사를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검찰로 전락했던 불명예를 씻으려 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비롯해 4대강, 전두환 추징금 등 대형 이슈에 정면 대응해 오랜만에 서초동 검찰청사에 핏기가 도는 요즘이다. 그런 검찰이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장면이 있다. 지난달 24일, 기자들의 카메라를 피해 법원 복도 칸막이 속으로 들어가 벽만 쳐다보고 있는 한 남성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들 앞에서 때 아닌 묵언수행을 한 그는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혐의를 받은 그는…
‘한 인터넷 언론’이 던져준 교훈
해직 언론인이 중심이 돼 만든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언론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으로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이수영 전 경총회장 등 재계 총수 일가 명단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7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재벌 총수와 대기업 전직 임원 명단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세금 회피 목적으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2000달러가 넘는 등록비와 매년 500~600달러의 갱신비를 부담하며 굳이
한국일보의 희망은 기자들이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결국 손에 피까지 묻혔다. 21일 기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쪽짜리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영성 전 편집국장을 해임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그는 한국일보를 새 정부 출범 뒤 언론계 첫 해직사태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또한 이는 한 신문사 고위 간부 개인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일보 기자 전체에게 도전장을 내민 행위다.장재구 회장은 이미 오래 전에 회사를 떠났어야 했다. 그가 오랜 내부 권력투쟁 끝에 경영권을 쥐는 데 성공한 뒤에도 한국일보의 회생은 요원했다. 한국일보 구성원들은 수
윤창중씨가 기자였다는 게 부끄럽다
윤창중씨의 ‘미국 기행’(奇行)이 국제적 망신을 부르고 있다. 한국 외교사에 길이 남을 스캔들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궤변으로 도배질한 기자회견은 압권이었다. 그런 그가 기자 출신이라니 자괴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윤씨의 행태를 보면 이번 추문이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라 근본적인 자질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우선 그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과 구시대적 가치관은 한국 사회는 물론 기자 사회를 모독했다. 그의 해명 아닌 해명의 빈약함은 이후 여러 경로로 드러났지만 만약 그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해도 심각
성공한 MBC 사장이 되려면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조사하는 세계 언론자유 평가에서 한국이 나미비아와 함께 공동 64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내전이 이어지는 아프리카 말리보다 18계단이나 낮은 순위다. 그나마 작년보다 순위가 4계단 올랐다고 한다. 이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 뒤 한국의 대표적 공영방송 그룹 중 하나인 MBC의 신임 사장에 김종국 대전MBC 사장이 선임됐다. 김 사장은 해임된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10개월간 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사장 선임 며칠 전부터 ‘김종국으로 내정됐다’는…
누가 MBC 통합을 이룰 것인가
2일 MBC 문화방송의 새 사장이 사실상 결정된다. MBC 신임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우게 된다. 임기가 10개월에 불과한 한 방송사 사장의 선임 과정이 이렇게 높은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 언론계에 엄청난 충격과 수치를 안겨줬던 이른바 ‘김재철 사태’가 이제야 수습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최종 사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최종 후보 4명 중 3명이 전임 대통령, 전임 MBC 사장과 같은 대학 출신이고, 그중 2명은 김재철 전 사장의 오른팔, 왼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