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기자 비슷한’ 사람
저널리즘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인간(人間), 그리고 인간의 정황(情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인간을 지향하는 것과 뉴스가 인간 개개인에게 함몰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뉴스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면 거기에는 시대적 배경이 있고 사회구조에 따른 맥락이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뉴스는 배경과 맥락은 외면하고 표면에 덧칠해진 개인의 영욕에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에서 눈을 돌려 정치인들에게 몰입하는 것이다. 권력을 쥐려는 의도가 있고 과정이 있고 결과와 미래가 있을 것인데 언론은 거기 얽혀들어 싸우는 인물들
‘자서전들 쓰십시다’
미국 유학시절 가장 즐거운 여가는 동네 서점에서 서가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거였다. 그 때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자서전’을 모아둔 섹션이었다. 본인이 직접 쓴 전기와 누군가가 기록과 인터뷰에 의존해 쓴 전기도 있었다. 희한하게도 자서전은 가장 넓은 서가를 차지하고 있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책을 펼쳐보며 머무는 공간이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의 자서전이 펼쳐져 있었고, 실제로 많은 전기들이 팔리고 있었다. 필자가 만난 외국 친구
‘테크리터러시’를 높여야 하는 이유
네이버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전 언론사에 비상이 걸렸다. 뉴스 사이트의 트래픽을 좌우하는 네이버의 정책 변화로, 혹은 그 실패로 전 언론사의 트래픽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반토막 정도면 상대적으로 오히려 좋은 상태이고 반에 반으로 트래픽이 급감한 사례도 허다하다. 뉴스 사이트 트래픽 감소는 전체적으로 뉴스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각 매체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듯하다. 신문이나 방송 등 이른바 ‘오프라인’ 매체 소비가 줄어든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다. 그나마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던
‘갑을 관계’의 진실은
갑-을 관계가 언론에서도 화두다.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횡포로 촉발된 문제는 우리 경제사회의 본질적인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갑을이란 문구 그대로 계약상 당사자 쌍방을 지칭하는 용어다. 일방이 갑이면 타방은 을이다. 계약은 자치의 원칙이 지배한다. 법은 쌍방의 자유의사에 의해 체결된 계약을 존중하다. 계약법은 이처럼 동등한 당사자, 즉 독립된 경제주체를 예정하고 있다. 개인대 개인이거나 회사대 개인이거나, 회사대 회사이거나 모두 동등한 권리의무의 주체간 자유로운 의지에 의하여 이뤄진 계약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사업자 이해보다 시청자 이익이 먼저다
방송정책이 그러하지만 지상파 재송신과 관련해서도 종합적이고, 분명한 정책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조직개편의 결과 지상파 재송신 관할권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 이후 아직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골치 아픈 업무를 두고 ‘핑퐁’한다는 말도 들린다.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예외 없이 문제가 돼왔다. 정부는 사업자의 이해관계 차원에서 명확한 원칙 없이, 매체 차별적으로 지상파 재송신 법규를 제정해왔다. 정책 수립에서 시청자의 이익은
누가 우리에게 국민을 대변한다고 하는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린 것으로 보이는 245명의 한국인 명단을 공개했다. 파장은 컸다. 그러나 발표 당일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 태도에 비판이 일고 있다. 간추리자면 SBS가 메인 뉴스에서 톱뉴스로 보도하고 해설까지 내보낸 것과는 달리 KBS, MBC의 메인뉴스는 뉴스 중간쯤 배치했다. KBS·MBC 두 방송사의 보도내용 역시 핵심을 비켜갔다. 누가 봐도 고의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느
적과의 동침, 협력을 통한 경쟁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가 서로의 사설을 비교하고 비평하는 지면을 기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매주 한 차례 하나의 사안에 대해 서로의 사설을 비교해서 입장이 다를 경우 배경과 논점을 짚어내는 기사를 게재한다는 것이다. 필진은 자사 기자들이 아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다. 새로운 실험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서로의 논지가 희석되어 애매하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랫동안 서로에게 적이었던 신문사들이 협력을 통해 경쟁한다는 것은 분명히 새로운 소식이다. 국내 언론에서
유사 보도 논란, 자가당착과 이중잣대
방송업계에 ‘유사(類似) 보도’ 논란이 한창이다. SNS 저널리즘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뉴스와 보도에 관한 통념이 급변하고 있는 마당에 ‘정통(혹은 적법) 보도’가 따로 있다고 전제한 ‘유사 보도’란 말 자체가 우습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현행 방송법은 허가·승인을 받은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에 대해서만 보도를 허용하고 있다. 유사 보도란 그 외 방송사업자, 즉 보도를 할 자격이 없는 일반 PP들이 보도와 다름없는 내용을
언론사보다 기자가 브랜드다
얼마 전 재미있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의 신생 인터넷 신문인 ‘De Nieuwe Pers(DNP, The New Press)’가 콘텐츠 유료화를 하면서 개별 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소식이다. 모바일앱을 통해서 월 1.79 유로(약 2550원)를 내면 원하는 기자의 글을 구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제까지 유료화를 추진했던 언론사들은 모두 매체단위로 구독하는 모델이었다. 매체의 명성과 신뢰도를 내세우는 대신 기자 개개인을 브랜드로 구독 모델을 설계한 것이 신선하다. 이 회사의 CEO는 한 매체와의
꼬리가 머리를 흔든다
“개는 왜 꼬리를 흔드는 걸까? 그것은 개가 꼬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어댔을 것이다.” 오래된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에서 미디어 전문가 ‘브린’ 역할을 한 로버트 드 니로의 대사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의 ‘왝 더 독’ 현상은 주객이 전도되어 꼬리가 몸통 역할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원래는 주식시장에서 파생물격인 선물시장이 몸통인 현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영화는 주식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