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영방송의 실패를 보고 있다
MBC의 PD수첩팀이 ‘황우석 사태’를 보도하고 있을 때였다. 황우석 관련 내용이 오보로 드러날 경우 당연히 회사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했다. 당시 담당 PD와 도와주던 기자를 압박했던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는 황 교수가 자살할 경우였다. 그렇게 된다면 진실의 추가 황 교수 쪽에 멈추면서 회사에는 돌과 화염병이 날아들게 되고 여야 정치권과 관료들이 MBC 문을 닫는 수순에 돌입할 것이기 때문이다.제작진이 안도한 계기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황 교수가 누워서 서울대 병원 응급실
본질에서 벗어난 ‘표현의 자유’ 논란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 심의위원의 블로그 사진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박 위원은 방통위 심의에서 ‘음란물’로 판정받고 삭제된 성기 사진을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 받거나 흥분되나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렸다가 “청소년이나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스스로 삭제했다. 그러나 갈수록 파문이 커지자 이번에는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사진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라
이상한 나라 앨리스와 MBC
문화방송은 2011년 7월 13일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특정인,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유리 또는 불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는 발언이나 행위로 인해 회사의 공정성이나 명예와 위신이 손상되는 경우”에는 고정출연을 제한하겠다는 사규를 확정했다. 사회에서는 이를 그 취지와 연관시켜 소위 “소셜테이너금지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방송의 위 사규는 특정 소셜테이너를 출연시키지 않겠다는 아집을 노출시킨 것 이외에도…
손을 많이 타는 뉴스가 특종이다
수 년 전 돈 탭스코트의 ‘위키노믹스’는 필자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클레이 셔키 교수의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라는 저서와 함께 ‘위키노믹스’는 뉴스미디어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훌륭한 통찰을 담고 있었다. 탭스코트가 이번에는 ‘매크로 위키노믹스’를 내놓았다. 아예 한 장을 할애해서 뉴스미디어를 본격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 장의 제목부터가 매우 직설적이다. ‘신문의 종말과 새로운 뉴스의 등장’이다. 부제로 &lsqu
괴이한 방송은 권력의 얼굴
1987년 초 ‘박종철 사건’은 우리 정치와 민주화에 자취를 남겼다. 지적하는 이는 별로 없지만 박종철 사건과 관련보도는 우리 언론, 특히 방송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지닌다. 다만 아무도 본격적으로 말하지 않아 이를 지나치고 있다. 요즘 언론, 특히 방송보도와 괴이한 방송사 결정에 대한 불평불만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이를 복기하고 짚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박 군 사건의 1보는 당시 석간인 중앙일보 1월 15일자 2판에 처음으로 나왔다. 그런데 사회면 왼쪽 상단 만화 옆에 조그맣게 2단으로 나왔다.…
분노하라!
출간 7개월 만에 2백만 부를 돌파하며 프랑스와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분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레지스탕스 출신의 인권·환경 운동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화제다. “불법체류자들을 차별하는 사회, 이민자들을 의심하고 추방하는 사회, 퇴직연금제도와 사회보장제도의 기존 성과를 새삼 문제 삼는 사회, 언론 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된 사회, 국가의 최고 영역까지 금권의 충복들이 장악한 사회, 금권이 전에 없이 거대하고 오만해진 사회, 은행의 주주와 경영진이 고액…
트루맛쇼
어느 날 ‘트루맛쇼’의 감독이라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첫 통화에서 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동안 펼쳐 놓았다. 1인 미디어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에 새 세상을 꼭 열어 보고 싶다던 그의 꿈. 듣기에도, 상상하기에도 꽤 근사했다. 하지만 영화를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부고발자의 존재 자체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일까. 한 지상파 방송국은 영화 개봉 1주일을 앞두고 급하게 이 영화에 대하여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지상파, 트루맛쇼 가처분 신청하지만 이 상영
소셜 네트워크는 쉽다?
소셜 네트워크는 쉽다. 맞는 말이다. 계정만 만들면 금방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홈페이지를 전문으로 개발해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이유다.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계정만 만들면 된다. 이미 구축돼 있는 플랫폼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것도 스스로 독자를 찾아나서 직접 대화를 나누는 플랫폼이다. 홈페이지처럼 독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다. 매우 효율적이다.소셜 네트워크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건 이메일 계정 뿐이다. 이메일
마음 속 보도지침
땡전뉴스와 보도지침이 공식으로 지배하던 1980년대 중반, 나는 1년여 뉴스데스크의 단신모음 코너인 ‘보도국입니다’를 맡았다. 독자들이 신문 맨 아래 1단부터 봤듯이, 시청자들은 땡전을 피해 오후 9시15분 이후 뉴스를 보기 시작해 보도국 코너와 이어지는 김동완 통보관의 날씨예보를 열심히 봤다. 이 코너에는 보도지침에서 1단이나 노비디오로 처리하라는 기사, 곧 국민 마음의 톱뉴스와 중요기사가 대부분 처리됐다. 그 덕택에 나는 진짜 뉴스를 전하는 ‘새끼앵커’로 각인돼 출입처에서 “
‘나는 가수다’ 잔혹한 게임규칙을 바꿔라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나는 가수다’ 열풍이 뜨겁다. 매주 방송 될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들의 공연은 어느 콘서트나 음악프로그램보다 시청자들을 감동에 빠뜨린다. 나 역시 ‘나가수’의 팬이다. 임재범, 박정현, 김연우, BMK 등 나한테는 낯설던 가수들의 가창력에 놀라고 그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 가지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꼭 꼴등을 탈락시키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었는가?” 하는 의문이다.시청자들의